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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 집중분석 ④] ‘치료기간 6개월 이상’ 기준, 중대재해 면죄부 될까 등록일 2023.05.02 15:40
글쓴이 한길 조회 201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세 가지로 규정했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다른 요인과 달리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은 의미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치료기간 6개월’의 판단 기준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검찰은 ‘증상이 고정된 이후’를 치료가 필요한 기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의료계와 법조계는 현행 법률 조항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6개월 이상의 치료기간’이 불명확한 탓에 재판 과정에서는 감정 신청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검찰도 이런 점을 의식했다. 대검찰청은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에서 “3개월 만에 치료가 종결됐지만 신체 절단처럼 중상해가 발생한 경우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로 볼 수 있는지”를 살폈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증상이 고정된 이후는 ‘치료가 필요한 기간’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환자의 건강을 회복·개선하기 위한 행위만이 치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에 중상해 개념을 당연하게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형법이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교통사고처리법)과 달리 중상해 개념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명시돼 있지 않고, 엄격한 형사제재를 위해선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해 해석해선 안 된다는 이유다. 재활치료까지 요양기간에 산입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의 해석보다 범위를 좁혔다.

증상이 고정된 이후를 치료가 필요한 기간으로 보지 않는다면 ‘치료기간’을 누가, 언제 판단할 것인지가 논란이 된다. 검찰은 의사가 사전에 예상하는 기간을 치료기간을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치료 필요성은 얼마나 오랜 기간 실제로 치료가 이뤄지는지가 아니라 ‘필요 기간’을 의미한다”며 “사전에 예상되는 기간을 의미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상해를 입은 노동자의 경우 입법취지를 고려해 치료기간과 무관하게 중대재해에 포함하는 내용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치료기간을 판단하는 데에 난관은 또 있다. 예컨대 최초 부상시 6개월 미만으로 진단됐지만, 치료 과정에서 기간이 연장되는 경우다. 중대재해 판단 시점이 문제가 된다. 검찰은 치료기간이 늘어나면 그 시점에서 다시 중대재해 여부를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특별한 부상이 새롭게 발견되거나 위중한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범위를 제한했다.

검찰이 치료기간의 기준을 세웠지만, 현장에서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부상 정도와 양상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당장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판단해야 할 사고들은 산적해 있다.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 2일까지 입건된 사고는 11건이다. 가장 최근 발생한 부상 사고는 지난 3일 경기 파주 LG디스플레이 P9공장에서 LS전선 소속 노동자 4명이 고압 케이블 설치작업 중 당한 감전사고다. 이 중 3명은 전신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는 신축공장의 고압 케이블을 까는 과정에서 배선통을 설치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부는 즉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검토에 나섰다. 노동부 관계자는 “6개월 이상 치료에 해당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아 적용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치료기간 판단이 중대재해 수사를 가를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 사건에서 법률 조항의 ‘동일한 사고’와 ‘2명 이상 발생’의 요건은 충족했다. 4명의 노동자가 P9공장에서 함께 작업하다가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남은 요건인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검찰 해석을 반영하면 의사의 진단 소견서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의료계 의견을 종합하면 화상 치료기간은 ‘3~6개월’로 진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통상 3개월에서 6개월이면 급성기 화상은 치료가 된다고 한다. 만약 이를 정량적으로 판단한다면 파주 감전사고는 치료기간이 기준에서 벗어나 중대재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소지가 있다.

의료계는 ‘기간’을 명시한 법률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소재의 한 화상전문병원 전문의인 A교수는 “병의 중증도를 진단명으로 해야 하는데, 경찰이나 검찰은 기간으로 보고 있다”며 “이러한 판단은 의학적인 부분과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진단명이 나오더라도 체질에 따라 진행 속도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기간을 일률적으로 판단하면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다. A교수는 “넓은 면적의 화상은 통상 (치료에)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걸린다고 진단하지만, 실제로 이 기간이 1년 넘게 가는 환자들도 있고, 3개월 안에 치료가 끝나는 경우도 있다”며 “치료에 따라 재평가해 기간을 연장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도 치료기간은 입법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검찰은 치료기간 종료 시점을 증상이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은 상태로 해석하는데, 부가치료 필요성에 따라 6개월 이상 걸리는 사례도 있을 것”이라며 “입법 과정에서 놓친 부분들을 고려해 중상해 개념 등에 대한 보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요건과 관련해선 검찰은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이 있어야 해당한다고 유권해석했다. 동일한 기계와 설비 등의 결함으로 여러 건의 사고가 발생해도 시차가 발생하고 장소가 떨어졌다면 별개 사고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반면 ‘직업성 질병’은 유해물질의 성분이 동일하다면 장소와 시점이 다르더라도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간주했다. 법률은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재해로 정하고 있다.

아울러 중대재해 대상에 ‘과로사’도 포함했다. 과로사를 초래하는 뇌심혈관계질환을 중대산업재해로 분류했다. 다만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과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극단적 선택은 원칙적으로 중대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도 업무에 편승해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하거나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다면 인정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출퇴근 사고 역시 중대재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 관리하에 발생한 사고는 중대산업재해로 검토될 수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제 7324호 2022년 3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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