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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법치' 어디 가고 '법 위반' 조장하는 정부 등록일 2023.03.08 16:52
글쓴이 한길 조회 199
계도기간 첫날부터 '추가연장' 시사....."법 위반해도 9개월간 사법처리 안 해"
노동개혁의 출발점은 노사 법치주의입니다. 노사 법치주의야말로 불필요한 쟁의와 갈등을 예방하고 진정으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무엇보다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법치는 뒤집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영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2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형 제조업체 아진금형을 찾아 “(30명 미만 사업장에) 1년간 근로시간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계도기간 중에는 장시간근로 감독 대상에서 제외하되 (진정 등으로) 법 위반 적발시 최대 9개월의 시정기간을 부여해 사법처리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허용한 30명 미만 사업장 8시간 추가연장근로 제도가 일몰로 사라지자 법을 안 지켜도 감독하지 않고,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법 위반 사실을 진정해도 9개월간은 사법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정식 장관은 “이후에도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도기간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1년간의 계도기간이 막 시작된 시점에 ‘추가 연장’을 시사한 것으로, 국회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사실상 30명 미만 사업장에 주 60시간제를 고착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동부 장관 “계도기간 1년 뒤 추가연장 고려”
30명 미만 영세사업장 주 60시간제 고착화하나

30명 미만 사업장 8시간 추가연장근로 제도는 2018년 2월 여야가 합의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영세사업장의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한다는 취지로 2021년 7월부터 2022년 말까지 1년6개월에 한해 1주 8시간을 더 일할 수 있도록 도입했다. 애초 여야 합의대로라면 주 52시간 상한제는 2018년 7월 300명 이상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돼 4년 만인 지난해 말 5명 이상 사업장까지 전면 실시해야 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정식 장관은 “30명 미만 사업장 추가연장근로를 2년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노동부는 “주 52시간제 합의 당시와 달리 코로나19로 외국인력 입국이 지연돼 인력난이 심해지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중고까지 겹쳐 중소기업 현장의 어려움이 커졌다”며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유효기간을 연장하고자 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계도기간 중에는 30명 미만 사업장을 장시간 근로감독 대상에서 제외한다. 노동자의 진정 등으로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최장 9개월의 시정기간을 줘 사법처리를 최대한 피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사회 물의를 일으켜 특별감독을 받으면 즉시 범죄인지 처리한다.

노동자 건강권 대책은 빠져

노동부의 이런 방침은 1년6개월 전과는 180도 다르다. 5~49명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던 2021년 7월 당시 기업들이 “영세 사업장 준비 부족”을 호소하며 계도기간 부여를 요구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중소기업중앙회와 두 차례 실시한 공동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90% 이상 사업장에서 법 준수가 가능하다”며 “계도기간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주 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나 충분한 준비기간이 있었다는 취지다. 노동부는 52시간 상한제가 처음 시행된 2018년 7월에는 300명 이상 사업장에 최대 9개월, 2020년 1월 50~299명 사업장에 도입됐을 때는 1년간의 계도기간을 줬다.

주 60시간은 노동부 고시상 업무상질병으로 만성과로를 인정하는 기준(12주간 평균 주 60시간)이다. 장시간노동으로 노동자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에 노동부가 내놓은 건강권 보호대책은 전무하다. 산업안전보건 감독점검표에 포함돼 있는 근로자 보건관리와 직무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조치를 사업장에서 자가진단할 수 있도록 표를 만들어 배포하고, 근로자건강센터를 안내해 주겠다는 것이 전부다.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2023년 1월3일 기사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