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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해고자 제출 자료 사측에 몰래 알린 경기지노위 등록일 2023.03.20 16:38
글쓴이 한길 조회 207
해고 여부를 첨예하게 다투는 사안에서 노동위원회 조사관이 사용자에게 불리한 자료 접수 사실을 사측에 몰래 전달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자발적 퇴직(합의해지)이냐 부당해고냐를 다투는 사건에서 해고자쪽이 고용보험 상실사유가 ‘해고’로 명시된 자료를 노동위원회에 제출하려 했는데, 담당 조사관이 사측에 이 사실을 알려 주려다 발각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조사관이 노동자쪽 대리인에게 전화를 잘못 걸면서 드러난 사실이다. 사건 조사의 공정성을 기하도록 정한 노동위원회법의 목적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피부과 직원, 입사 3년 만에 해고되자 구제신청

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한 조사관은 지난 2일 병원 직원 A(34)씨가 신청한 부당해고 구제사건의 조사 과정에서 A씨 대리 노무사를 사용자측 노무사로 착각하고 전화했다. A씨측 주장에 따르면 병원이 고용보험 상실사유를 해고로 처리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A씨 사건은 해고 여부 자체가 민감한 쟁점이었다. 합의해지냐, 일방적인 해고냐가 다퉈지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2019년 10월 경기 수원의 한 피부과 의원에 입사해 총괄 상담실장으로 일했다. 그런데 약 3년이 흐른 지난해 9월1일 병원장 B씨가 사직을 권고했다. A씨는 이후 권고사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로 면담했으나 이견을 보였고, 병원측은 같은달 30일 근로계약관계 종료를 통보했다.

A씨는 일방적인 근로관계 종료라며 경기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권고사직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입장이다. A씨측은 같은달 21일 B씨에게 면담을 요청해 “계속 근무를 하고 싶어도 안 되는 것이냐”고 사정했다고 주장했다. B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A씨는 병원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해고할 것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병원측은 “9월30일자로 근로관계는 이미 종료하는 것”이라며 해고를 통보했다.

‘합의해지 vs 일방적 해고’ 대립

이와 관련해 A씨측은 근로관계 종료와 관련해 상호 합의 여부가 분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면담에서 계속 근무하겠다고 말했는데도 ‘소통의 어려움’ ‘생각의 차이’ ‘총괄 상담실장으로서 부족한 점’ 등을 나열하며 B씨가 거부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직서 제출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 근무일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A씨측은 “B씨가 직접 제출한 녹취록 어디에도 A씨가 근로관계 종료 시점을 특정해 동의했다거나 권고사직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병원이 구두로 해고했으므로 근로기준법(27조1항)이 정한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얘기다.

나아가 사전에 퇴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실장 등 중간관리자급 이상은 계약만료 시점 3개월 전에 원장에게 퇴직의사를 알리고 최종근무일을 결정한다’고 정한 취업규칙상 퇴직의사 고지가 있어야 했는데도 A씨의 경우 이 같은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병원측은 권고사직으로 그해 9월1일 근로관계 종료에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사직권고 당일 A씨와 B씨가 나눈 대화내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A씨는 ‘잔여 연차 사용’ ‘유종의 미’ ‘실업급여’ 등의 표현을 썼다. 병원장의 남편인 전 원장 C씨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직원들한테 나가는 날까지 비밀로 하겠다”는 취지의 내용도 보냈다. 병원측은 “병원이 구체적으로 해고사유나 절차 중 어떤 부분의 위반을 했는지 A씨가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후임자 채용 진행 이후 A씨가 합의해지 철회를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조사관 “받아보고 말씀드리겠다” 정보 노출 정황

그런데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며 상황은 반전을 맞았다. A씨와 병원장 B씨의 녹취록을 제외한 나머지 객관적 증거가 없어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힌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A씨측은 고용·산재보험 토털서비스에 병원측이 제출한 ‘이직확인서’를 확인했다. 고용보험 상실신고에 포함되는 이직확인서는 사업주가 직원의 퇴사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다.

이직확인서의 이직사유에는 ‘근로자의 귀책사유 없는 해고’라고 적혀 있었다. 해고를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였다. A씨측은 경기지노위에 이러한 자료를 제출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황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조사관이 지난 2일 A씨를 대리하는 하윤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희연)에게 전화한 것이다. 9일로 예정된 심문회의를 일주일여 앞둔 시점이었다.

조사관은 병원측 노무사로 착각하고 하 노무사에게 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녹음파일에 따르면 조사관은 “얘네(A씨측)가 실업급여 상실사유 때문에 오늘 그걸(이직확인서) 낸다는 둥 만다는 둥 그러고 있다”고 말했다. 하 노무사가 “왜 낸대요?”라고 묻자 조사관은 “아무튼 받아보고 말씀드리겠다. (A씨측이) 그런 얘기를 갑자기 하더라고요. 안 낼 것같이 얘기하더니”라고 했다.

‘우리’ 병원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조사관은 “우리 병원에 혹시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같은 게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하 노무사가 “사측 노무사한테 전화한 것이 아니냐. 얘네가 그걸 낸다 어쩐다고 말하면 어떻게 하냐”고 따졌다. 그제야 조사관은 “그걸 왜 이렇게 신고했냐고 (물어볼 참이었다). 잘못 걸어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중요 자료 미리 제공, 노골적 편향 조사”

A씨측은 ‘편향’된 조사라고 강하게 의심하는 상황이다. 하 노무사는 “해고 존부를 다투는 사안이고 녹취록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고용보험 상실코드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 자료인데 조사관이 미리 사측에 정보를 제공하려고 했다”며 “게다가 ‘얘네’ ‘낸다는 둥’ 같은 표현은 사측에 편향적인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조사관이 심문회의 일주일 전에서야 병원의 취업규칙을 확보한 것도 불성실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A씨도 이러한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근로관계 종료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현재 임신 3개월에 접어들었다. A씨는 “조사관이 병원측 노무사에게 사전에 불리한 정보를 흘리려 했던 사실을 들었을 때는 희망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다”며 “이래서 힘없는 사람들은 억울한 상황이 생기겠다고 많이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조사관은 판정이 날 때까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들었는데, 양심적으로 투명하게 조사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지노위는 오해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해당 조사관은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어떤 자료가 유리한지 판단한 것은 아니다”며 “실수한 것은 맞지만 더는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지노위 관계자는 “고용보험 상실사유는 직권조사로 미리 파악하고 있다”며 “대응 차원이 아니라 확인하기 위해 전화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얘네’ ‘낸다는 둥’ 표현의 적절성을 묻자 관계자는 “조사관의 그런 표현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며 “최대한 공정하게 심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노무법인 한길 블로그 : http://blog.naver.com/hanguilhrm

출처 : 매일노동뉴스 http://www.labortoday.co.kr